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올 시즌 약세를 보이고 있는 좌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고 호수비와 눈야구까지 펼쳤다.
김하성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활약했다.
이로써 김하성은 시즌 타율을 0.218에서 0.220으로 소폭 끌어올렸고 출루율과 장타율도 0.331, 0.387에서 0.334, 0.388로 상승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22.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좌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투수를 상대할 때(타율 0.241)와 달리 좌투수(0.302)에게 강했던 김하성이지만 올 시즌엔 반대였다.
그러나 이날 첫 타석부터 약점을 극복하고 안타를 기록했다. 그에 앞서 호수비가 나왔다. 선발 랜디 바스케스가 2회말 알렉 봄에게 좌전 안타, 닉 카스테야노스에게 2루타를 맞았다.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고 1루 주자는 2,3루를 통과해 홈까지 향했다. 김하성은 중계 플레이를 위해 내야를 한참 벗어나 외야측 잔디로 향했고 잭슨 메릴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홈으로 강하게 송구를 뿌렸다. 봄이 슬라이딩을 했으나 김하성의 송구는 자연태그로 연결됐다.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서 샌디에이고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왼쪽)가 2회말 김하성의 홈송구를 받아 알렉 봄을 태그아웃하고 있다.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갈무리한순간에 2사 2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브랜든 마시가 내야 안타를 날렸지만 데이비드 달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현지 중계진에선 김하성의 완벽한 송구를 두고 “아름다운 플레이(Beutiful play)”라고 감탄했다.
좋은 수비 뒤 타격에서도 기운이 이어졌다.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김하성은 상대 선발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초구 시속 93.2마일(150㎞) 싱커를 받아쳤다. 시속 105.5마일(169.8㎞)로 뻗어나간 타구가 유격수 방면으로 향했는데 트레이 터너가 포구에 실패하며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전날에 이어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다만 메릴이 삼진아웃으로 물러났고 작전도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1-2로 불리한 카운트에서 카일 히가시오카가 스윙을 했는데 공을 맞히지 못했고 2루로 스타트를 끊은 김하성은 포수의 송구에 2루에서 아웃됐다.
5회초엔 눈야구로 또 하나의 볼넷을 얻어냈다. 산체스가 집요하게 몸쪽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와 싱커를 집중 공략했지만 조금씩 존을 벗어나는 공에 김하성은 꿈쩍하지 않았다. 4구 싱커가 스트라이크가 됐지만 결국 5구 만에 볼넷을 골라나가며 5경기 만에 멀티출루에 성공했다.
올 시즌 벌써 43번째 볼넷. 팀 내에선 1위를 달리고 있고 내셔널리그에서도 카일 슈와버(필라델피아·53개), 무키 베츠(47개), 프레디 프리먼(이상 LA 다저스·46개),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45개)에 이어 NL 5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은 여전히 만족하기 어렵지만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이 0.114로 이들 중 슈와버(0.120) 다음으로 높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내세운 선발 라인업.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갈무리팀이 2-8로 끌려가던 7회초 2사 2루 산체스와 3번째 대결에서 낮은 체인지업에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이날 타석을 마무리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루이스 아라에즈(1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매니 마차도(3루수)-도노반 솔라노(지명타자)-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김하성(유격수)-메릴(중견수)-히가시오카(포수)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은 바스케스.
반면 필라델피아는 슈와버(지명타자)-터너(유격수)-하퍼(1루수)-봄(3루수)-브라이슨 스톳(2루수)-카스테야노스(우익수)-마시(중견수)-달(좌익수)-라파엘 마르첸(포수)으로 맞섰다. 선발은 산체스.
3회말 필라델피아가 먼저 앞서갔다. 마르첸의 중전 안타에 이어 슈와버가 볼카운트 2-0에서 3구 가운데로 향한 스위퍼에 작정하고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중앙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홈런(시즌 15호)가 됐다.
필라델피아의 공세는 이어졌다. 4회말 마시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바스케스의 폭투 때 2루로 향했고 마르첸의 1타점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샌디에이고도 반격에 나섰다. 5회초 마차도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상대 수비가 주춤하는 사이 과감하게 2루까지 파고들었다. 솔라노와 크로넨워스의 땅볼 타구 때 한 베이스씩을 이동한 마차도가 추격의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NL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필라델피아는 역시나 강했다. 5회말 터너의 중전 안타, 하퍼의 2루타로 무사 2,3루 기회를 잡더니 봄이 초구 가운데로 몰린 커터를 통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아치(시즌 7호)를 그려냈다. 순식간에 6-1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샌디에이고는 7회초 프로파의 좌전 안타에 이어 솔라노가 1타점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날려 한 점을 따라갔지만 거기까지였다. 필라델피아는 이어진 7회말 공격에서 마시의 2루타, 마르첸의 1타점 쐐기 안타로 샌디에이고의 추격 의지를 꺾어놨다.
필라델피아 선발 산체스는 7이닝 동안 94구로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하며 시즌 4승(3패)을 수확했다.
타선에선 멀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한 슈와버와 4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한 마르첸,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의 봄이 빛났다.
샌디에이고 선발 바스케스는 4⅓이닝 동안 89구를 던지며 12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하며 시즌 4패(1승)째를 떠안았다. 타선에서도 마차도만이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타격 귀재 아라에즈를 비롯해 크로넨워스, 메릴, 히가시오카가 무안타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4연패와 함께 5할 승률이 무너진 샌디에이고는 37승 39패를 기록했다. NL 서부지구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2위 자리를 내줬다. 반면 필라델피아는 48승 24패, 승률 0.667로 NL 동부지구의 굳건한 선두를 지켰다.